국어 발음의 규범과 현실 29 ―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발음 교육 방안 ―
전나영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 한국어학당 교수
1. 의사소통 능력과 발음
외국인 또는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제2언어나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영역을 한국어 교육이라고 한다.1) 한국인, 즉 한국어를 모국
어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어 교육과 비교되는 개념이다. 그
러므로 한국어 교육은 교육 목표나 교육 내용, 교육 방법에서 국어 교육
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에게 말을 잘한다는 평가를 할 때
의 의미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잘한다고 평가할 때의 의미는 다르다.
한국어 교육의 목표는 모든 언어 교육의 목표가 그렇듯 한국어로 의
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기능으로 실현되는데, 의사소통의 대부분은 음성 언
어로2) 실현되는 말하기와 듣기 기능으로 이루어진다. 일반 목적으로3)
1) 제2언어로서 한국어는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처럼 한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환경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이며, 외국어로서 한국어는 한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환경이 아닌
국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이다.
2)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 기능에는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가 있으며, 이 중에서 쓰기와 읽
기는 문자 언어로, 말하기와 듣기는 음성 언어로 이루어진다.
30 새국어생활 제25권 제1호(2015년 봄)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도 의사소통에서 말하기와 듣기 기능의 비중이
높은데, 특히 저급 학습자는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의사소통
이 말하기와 듣기로 수행된다. 그러므로 한국어 학습자들은 한국어로
말하고 들으려는 욕구가 높다. 한국어를 듣고 이해할 수 있고 한국어로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학습자는 자신의 한국어 능력에 자신감과 성취
감을 느낀다.
한국어 학습자들은 듣기에 비해 말하기를 부담스러워한다. 말하기
는 학습자가 생산해야 하는 기능이고 듣기는 이해해야 하는 영역이므
로 듣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말하기를 어렵게 느끼는 것이다. 한국어
학습자의 말하기 능력은 언어적으로는 어휘력과 문법 능력에 따라 평
가된다. 그러나 발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느냐에 따라 학습자의 한국
어 말하기 능력에 대한 평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아무리 다양한 어휘
를 사용하고 문법을 적절하게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발음이 자연스럽
지 않거나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발음이라면 결코 한국
어 능력이 우수하다고 할 수 없다. ‘신촌’으로 가자고 했는데 ‘시청’으로
간 택시 기사의 이야기나 ‘집안일이 많다’는 한국어 학습자의 말을 [지
바이리]로 들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한 한국 사람의 이야기는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실패한 예이다. 한국어 학습자들은
자신의 발음을 한국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고 여러 번 되풀이해서
말을 해야 할 때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자
신감을 잃는다.
3)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는 일반 목적 한국어 학습자와 특수 목적 한국어 학습자로 나뉜
다. 특수 목적의 학습자는 한국에서 유학을 하려는 학문 목적 학습자와 한국 관련 회사에
취업을 하려는 직업 목적 학습자 등으로 나뉜다.
[특집] 국어 발음의 규범과 현실 31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못한 학습자는 말하기뿐만 아니라 의사소
통 기능 전반에 걸쳐 문제를 보인다. 한국어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
하는 학습자는 대개 쓰기에서도 오류를 범한다. 어휘를 쓸 때 ‘공부’를
‘곤부’로 잘못 쓰는 경우, ‘동생’을 [도새]와 같이 받침이 없는 것처럼 발
음하면서 ‘도새가 있어요’와 같이 조사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 ‘할까요’
를 ‘하까요’와 같이 자신이 발음하는 대로 어미를 활용하는 경우 등은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범하는 맞춤법 오류의 예이다.
또한 말할 때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학습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정확하게 듣고 인지하는 능력도 뒤떨어지기 때문에 들은 이야기의 내
용을 파악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발음이 부정확한
학습자는 읽기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낭독할 때 발음에 오류가 있으
면 읽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묵독을 할 때도 자
신의 발음과 읽는 자료의 맞춤법이 다르기 때문에 학습자 스스로 내용
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처럼 발음의 문제는 말하기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의 모든 기능과 관
련이 있으며, 학습자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
2. 교육 현장의 발음 교육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들의 발음 오류를 인지하고 이를 어떻
게 지도할 것인가의 문제는 한국어 교사들에게 무거운 숙제임이 틀림
없다.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발음 교육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
해야 할 것인가, 발음 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한국어 숙달
도별 발음 교육의 방법은 무엇인가 등 많은 과제가 논의되고 있다. 그
32 새국어생활 제25권 제1호(2015년 봄)
읽어 봅시다[CD1 : 49]
∙ 맏형[마텽] 저는 맏형이어서 동생들을 잘 돕습니다.
∙ 깨끗하고[깨끄타고] 이 식당은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습니다.
∙ 꽃하고[꼬타고] 공원에는 꽃하고 나무가 많습니다.
∙ 좋다[조타] 나는 한국 음식이 좋다.
∙ 싫다[실타] 나는 매운 음식이 싫다.
출처: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편(2007), ≪연세한국어읽기1≫, 연세대학교 출판부, 75쪽.
[그림 1] 한국어 교재의 발음 연습 사례(초급 1)
러나 교육 과정이나 교재 등에서 발음 교육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반영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인 지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어 교육용 교재에서 발음을 명시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학습자들이 한글을 배우는 단계에서 모음, 자음의 글자
와 소리를 함께 제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재 대학 소속의 한국
어 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출판되어 있는 통합 교재의 대부분은 의사소
통 상황이나 주제, 기능에 따라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4) 이러한 교재를
사용하는 수업은 대화 연습, 어휘 연습, 문법 연습, 기능별 활동을 중심
으로 진행되므로 발음 교육을 위한 별도의 시간을 계획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능별 교재가 따로 출판되어 있는 기관은 읽기 기능 교재에
발음 교육 부분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은 초급 교재에 한
하며 중급 이상의 교재에는 발음 교육 부분이 구성되어 있지 않다.
4) 예를 들면 ≪연세한국어1≫(2007)의 경우 주제가 ‘날씨와 계절’이라면 ‘계절에 대해서 말
하기, 오늘의 날씨 말하기, 날씨 비교해서 말하기, 계절 활동 소개하기’와 같은 기능을 중
심으로 교재가 구성되어 있다.
특
집
[특집] 국어 발음의 규범과 현실 33
읽어 봅시다[CD : 28]
거센 소리 4 / ㅎ / + / ㅈ / ⇒ / ㅊ /
∙ 많지[만치], 않지만[안치만] 차린 것은 많지 않지만 많이 드세요.
∙ 좋지[조치] 기분이 좋지 않은 리에를 보면 미안해집니다.
∙ 놓지[노치] 여기에 뜨거운 것을 놓지 마세요.
∙ 하얗지요[하야치요] 미선 씨는 피부가 참 하얗지요?
∙ 싫지요[실치요] 여러분은 시험이 싫지요?
출처: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편(2010), ≪연세한국어읽기2≫, 연세대학교 출판부, 71쪽.
[그림 2] 한국어 교재의 발음 연습 사례(초급 2)
한국어 학습자들의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교사가 인지해도 여
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학습자의 발음이 한국어 모국어 화자와 다르
고 이로 인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지만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과제이다. 교사들은 직관적으로 학습자의
발음 오류를 찾을 수는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언어
학적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잘못된 발음을 지적하고 교사의 모
범 발음을 따라 하게 하는것만으로는 학습자의 발음 오류를 교정하기
어렵다. 교사는 단순한 반복 연습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오류의 원인을
설명하고 오류 유형에 따라서 효과적인 연습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34 새국어생활 제25권 제1호(2015년 봄)
조음부
위치
입술의 모양
혀의 높낮이
혀의 앞 혀의 뒤
안 둥근 소리 둥근 소리 안 둥근 소리 둥근 소리
높은 소리 ㅣ ㅟ ㅡ ㅜ
중간 소리 ㅔ ㅚ ㅓ ㅗ
낮은 소리 ㅐ ㅏ
[표 1] 한국어 단모음과 분화 조건
3. 학습자 발음 오류와 발음 교육의 내용
3.1. 모음
한국어 모음은 조음부의 위치, 입술의 모양, 혀의 높낮이에 따라서5)
분화된다. 단모음 ‘ㅏ, ㅓ, ㅗ, ㅜ, ㅡ, ㅣ, ㅔ, ㅐ, ㅚ, ㅟ’의 분화 조건
을 제시하면 [표 1]과 같다(허웅 1985:220).
학습자는 한국어 모음이 어떤 조건에서 분화되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발음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ㅏ’는 입술을 평평하게 하고 입을 벌려서
혀의 위치가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하고 혀의 뒤쪽에서 발음해야 한다.
‘ㅟ’는 입술을 동그랗게 한 상태에서 혀를 입천장 쪽으로 높이고 혀의
5) 입술의 모양은 입술을 동그랗게 하느냐 평평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둥근 소리(원순음)와
안 둥근 소리(평순음)로 나뉜다. 혀의 높낮이는 모음을 발음할 때 혀의 위치가 입천장 쪽
으로 높아지느냐 아래쪽으로 낮아지느냐에 따라 높은 소리(고모음), 중간 소리(중모음),
낮은 소리(저모음)로 분화된다. 조음부의 위치는 모음을 발음할 때 소리가 혀의 앞쪽에서
만들어지는지 뒤쪽에서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앞에서 나는 소리(전설모음)와 뒤에서 나
는 소리(후설모음)로 나뉜다.
특
집
[특집] 국어 발음의 규범과 현실 35
앞쪽에서 발음해야 한다.
학습자가 모음의 분화 조건을 정확하게 지켜서 발음하지 못하면 잘
못된 발음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학습자들의 모음 발음 오류를 살펴보
면 이들 분화 조건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아서 다른 모음에 가깝게 발음
하는 경우가 많다. ‘ㅏ’를 발음해야 하는데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아서 중간
소리인 ‘ㅓ’에 가깝게 발음하거나, ‘ㅓ’를 발음할 때 입술을 평평하게 하
지 않고 동그랗게 오므려 둥근 소리인 ‘ㅗ’에 가깝게 잘못 발음한다. 혀의
뒤쪽에서 발음해야 하는 ‘ㅡ’를 앞쪽에서 발음하면 ‘ㅣ’처럼 들린다.
이러한 오류는 모음의 세 가지 분화 조건 중에서 두 가지는 공통적이
고 한 가지가 차이가 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두 모음의 조건이 크
게 달라서 서로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모음보다는 두 모음이 비슷한 조
건일 때 학습자가 혼동해서 잘못 발음하기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ㅓ’와 ‘ㅗ’는 모두 혀의 높낮이로는 중간 소리이며 혀의 뒤쪽에서 발음
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입술의 모양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
처럼 한 가지 조건에서 차이를 보이는 모음을 발음할 때 교사와 학습자
모두 두 소리의 차이를 명확하게 발음해야 한다.
입술의 모양을 정확하게 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류로는 ‘거울[고울],
걱정[곡종], 공부[겅부], 일본[일번], 그림[구림], 흐림[후리], 국제[극제],
축구[측그], 귀고리[기거리], 최선[체선]’과 같은 예가 있다. ‘ㅓ’와 ‘ㅗ’는
모두 중간 소리이며 혀의 뒤쪽에서 소리가 나지만 ‘ㅓ’는 안 둥근 소리
이고 ‘ㅗ’는 둥근 소리이다. ‘ㅡ’와 ‘ㅜ’는 모두 높은 소리이며 혀의 뒤쪽
에서 소리가 나지만 ‘ㅡ’는 안 둥근 소리이고 ‘ㅜ’는 둥근 소리이다. ‘ㅣ’
와 ‘ㅟ’, ‘ㅔ’와 ‘ㅚ’를 명확하게 구별해서 발음하지 못하는 오류도 입술
의 모양을 분명하게 해서 발음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혀의 높낮이를 정확하게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오류로는 ‘나무[너무],
36 새국어생활 제25권 제1호(2015년 봄)
연습
분화 조건 모음 연습 단어 연습
입술의 모양
어/오 오/어
으/우 우/으
이/위 위/이
에/외 외/에
거기/고기 저금/조금
그림/구름 쓰다/쑤다
시다/쉬다 기린/귀리
세다/쇠다 체면/최면
혀의 높낮이
아/어/으 으/어/아
아/애/에/이 이/에/애/아
오/우 우/오
외/위 위/외
나무/너무 마리/머리
매주/메주 새우다/세우다
오리/우리 호주/후추
쇠다/쉬다 외박/위반
조음부 위치 이/으 으/이 기름/그림 흐리다/흐르다
[표 2] 한국어 단모음 연습
더럽다[드릅다], 그러면[그르믄]’과 같은 예가 있다. ‘ㅏ’와 ‘ㅓ’는 모두 안
둥근 소리이고 혀의 뒤쪽에서 소리가 나지만 ‘ㅏ’는 입을 벌려서 혀의 위
치가 낮은 소리이고 ‘ㅓ’는 혀의 위치가 입천장 쪽으로 올라간 중간 소리
이다. ‘ㅓ’와 ‘ㅡ’는 모두 안 둥근 소리이고 혀의 뒤쪽에서 소리가 나지만
‘ㅓ’는 혀의 위치가 중간 소리이고 ‘ㅡ’는 혀의 위치가 입천장 쪽으로 올
라간 높은 소리이다. ‘ㅔ’와 ‘ㅐ’, ‘ㅚ’와 ‘ㅟ’를 명확하게 구별해서 발음하지
못하는 오류도 혀의 높낮이를 정확하게 하지 않아서 생긴다.
조음부의 위치를 정확하게 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류로는 ‘음식[임식],
은행[인행]’과 같은 예가 있다. ‘ㅡ’와 ‘ㅣ’는 모두 안 둥근 소리이고 혀의
위치가 입천장 쪽으로 올라간 높은 소리이지만 ‘ㅡ’는 혀의 뒤쪽에서 소
리가 나고 ‘ㅣ’는 혀의 앞쪽에서 소리가 난다. 혀의 뒤쪽에서 발음해야
하는 ‘ㅡ’를 혀의 앞쪽에서 발음하게 되면 ‘ㅣ’와 구분이 되지 않고 부정
확한 발음이 되는 것이다.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한국어 모음의 발음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
해서는 학습자들이 각 모음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모음
특
집
[특집] 국어 발음의 규범과 현실 37
의 분화 조건에 따라 그 차이를 명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먼저 입술
의 모양에 따라서는 안 둥근 소리와 둥근 소리를 대립시켜 연습하고, 혀
의 높낮이에 따라서는 높은 소리, 중간 소리, 낮은 소리를 대립시켜서
연습해야 한다. 그리고 조음부의 위치에 따라서는 혀 앞쪽 소리와 혀
뒤쪽 소리를 대립시켜서 연습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한국어 모음은 입술의 모양, 혀의 높낮이, 조음부의 위치
등 모음이 분화되는 조건을 명확하게 지켜서 발음할 때 의사소통에 문
제가 생기지 않는다.
3.2. 자음
한국어 자음은 소리 내는 자리, 소리 내는 방법, 소리 내는 힘에 따라
서 발음이 달라진다.6) 이러한 분화 조건을 제시하면 [표 3]과 같다(허웅
1985:223∼224).
한국어 자음은 분화 조건에 따라서 19개로 나뉘며 이러한 분화 조건
을 지켜서 발음할 때 의사소통에 혼동을 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ㅂ’은
두 입술을 붙였다 떼면서 공기를 터뜨려서 발음해야 하고, ‘ㄷ’은 혀끝
을 잇몸 뒤쪽에 붙였다가 떼면서 공기를 터뜨려서 발음해야 한다. ‘ㄱ’
은 혀뿌리를 입천장에 붙였다가 떼면서 공기를 터뜨려서 발음해야 하
고, ‘ㄴ’은 혀끝을 잇몸 뒤쪽에 붙였다가 코를 울리면서 발음해야 한다.
교사는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각각의 자음이 갖는 조건을 명확하게 인
6) 소리 내는 자리는 자음을 발음하는 위치에 따라서 두 입술소리(양순음), 잇몸소리(치조
음), 입천장소리(구개음), 목청소리(성문음)로 나뉜다. 소리 내는 방법은 자음을 발음할
때 공기를 내보내는 방법에 따라서 터짐소리(파열음), 붙갈이소리(파찰음), 갈이소리(마
찰음), 콧소리(비음), 흐름소리(유음)로 나뉜다. 소리 내는 힘은 자음을 발음할 때 내보내
는 공기의 세기에 따라서 예사소리(평음), 된소리(경음), 거센소리(격음)로 나뉜다.
38 새국어생활 제25권 제1호(2015년 봄)
자리
방법 힘 입술소리 잇몸소리 입천장소리 목청소리
터짐소리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
ㅂ
ㅃ
ㅍ
ㄷ
ㄸ
ㅌ
ㄱ
ㄲ
ㅋ
붙갈이소리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
ㅈ
ㅉ
ㅊ
갈이소리 예사소리
된소리
ㅅ
ㅆ
ㅎ
콧소리 ㅁ ㄴ ㅇ
흐름소리 ㄹ
[표 3] 한국어 자음과 분화 조건
지시키고 이러한 조건을 지켜서 발음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학습자가 자음의 분화 조건을 지켜서 발음하지 못하면 잘못된 발음
이 되고 이로써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학습자들의 자음 발음 오류
는 자음의 분화 조건 가운데 다른 조건은 같고 한 가지 조건이 다른 경
우, 즉 공통점이 많은 자음 사이에서 발생한다.
첫소리로 쓰인 자음에서 잘못 발음하는 경우는 소리 내는 자리가 같
고 소리 내는 방법이 달라 다른 소리로 분화되는 ‘ㄷ’과 ‘ㄹ’, ‘ㅅ’과 ‘ㅈ’
이 있다. ‘바다’를 [바라]에 가깝게 혀를 굴려서 발음하는 오류가 그 예
로, 이는 ‘ㄷ’을 발음할 때 혀끝을 잇몸 뒤쪽에 붙였다가 터뜨리면서 발
음해야 한다는 것을 학습자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다’를 [지다]에 가깝게 혓바닥을 입천장에 붙여서 발음하는 오류는
‘ㅅ’을 발음할 때 혓바닥과 입천장 사이를 좁혀서 마찰하여 발음하지
않고 혓바닥을 입천장에 붙였다가 떼면서 발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소리 내는 자리와 소리 내는 방법은 같지만 소리 내는 힘에서 차이
특
집
[특집] 국어 발음의 규범과 현실 39
를 보이는 예사소리와 된소리, 거센소리를 구별하지 못하고 잘못 발
음하는 오류의 예는 아주 흔하다. 한국어 학습자들 중에는 ‘비다’와
‘삐다’와 ‘피다’를 구별해서 발음하지 못하고, ‘대다’와 ‘때다’, ‘따다’와
‘타다’를 구별해서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다’와 ‘까다’,
‘사다’와 ‘싸다’, ‘지다’와 ‘찌다’와 ‘치다’를 정확하게 발음하기 어려워한
다. 이들 자음은 소리 내는 힘으로 분화되지만 발음할 때 나오는 공기
힘의 차이를 학습자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
하는 것이다.
받침소리로 쓰인 자음은 첫소리로 쓰인 자음보다 오류의 예가 많
다. 소리 내는 방법과 소리 내는 힘에서는 같지만 소리 내는 자리만 다른
‘ㅂ, ㄷ, ㄱ’과 ‘ㅁ, ㄴ, ㅇ’은 다양한 오류를 보인다. 이는 각 자음의 소리
내는 자리를 정확하게 지켜서 발음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입구’
를 [익꾸]와 같이 발음하는 것은 두 입술을 붙여서 ‘ㅂ’을 발음해야 하는
데, 두 입술을 붙이지 않고 공기를 터뜨려서 잘못 발음하기 때문이다.
‘복잡’을 [볻짭]과 같이 발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혀끝이 잇몸에 닿
지 않아야 하는 ‘ㄱ’을 ‘ㄷ’과 같이 혀끝을 잇몸에 댔다가 터뜨리면서 발
음하기 때문이다. ‘강남’을 [간남]과 같이 발음하는 경우, ‘감동’을 [간동]
과 같이 발음하는 경우도 ‘ㅇ’과 ‘ㅁ’의 소리 내는 자리를 지키지 않기 때
문에 생기는 오류이다. ‘문법’을 [뭄뻡]으로 발음하거나 ‘음식’을 [은식]과
비슷하게 발음하는 것도 모두 소리 내는 자리를 지키지 않아서이다.
받침소리를 발음하면서 생기는 또 하나의 오류는 터짐소리 자음 ‘ㅂ,
ㄷ, ㄱ’으로 끝날 때 이를 터뜨려서 마치 음절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발
음하는 것이다. ‘수박’을 [수바그], ‘수첩’을 [수처브]와 같이 발음하는 것은
받침소리로 끝날 때 이를 터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을 지키지 않고 음
절의 첫소리에 쓰인 자음처럼 터뜨려서 발음하기 때문이다. ‘맵다’를 [맵
40 새국어생활 제25권 제1호(2015년 봄)
연습
분화 조건 첫소리 연습 받침소리 연습
소리 내는 자리
바/다/사/자/가 바다/사자
빠/따/싸/짜/까 빼다/따다
파/타/카 팔/탈/칼
마/나/아 매다/내다
밥/밭/박 입다/잇다/익다
잎/밑/부엌
감/간/강 감기/간장/강릉
소리 내는 방법
바/마 병/명
다/나/라 두부/누구
가/아
갑/감 갑시다/감사
싣다/신다 닫다/달다
국/궁 약국/양궁
소리 내는 힘7)
바/빠/파 바다/파다
다/따/타 달/딸/탈
가/까/카 개다/깨다
[표 4] 한국어 자음 연습
브다]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도 터뜨리지 않아야 하는 받침소리를 터뜨려
서 발음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이다.
한국어 학습자들의 자음 발음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각의 자음
이 갖고 있는 분화 조건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그러한 조건을 지켜서 발
음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자음들 중에서 두 개의 조건은 같고 한 개의
조건이 다른 자음을 묶어서 연습하면 효과적이다. 학습자가 자음들 사
이의 차이를 좀 더 명시적으로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7) 소리 내는 힘으로 분화되는 자음 ‘ㅂ, ㅃ, ㅍ’, ‘ㄷ, ㄸ, ㅌ’, ‘ㄱ, ㄲ, ㅋ’은 받침소리로 쓰이면
‘ㅂ’, ‘ㄷ’, ‘ㄱ’으로 소리가 같아지므로 받침소리 연습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즉 ‘씹다’와
‘싶다’의 ‘ㅂ’과 ‘ㅍ’은 모두 [ㅂ]으로 소리 나며, ‘듣다’와 ‘붙다’의 ‘ㄷ’과 ‘ㅌ’은 모두 [ㄷ]으
로 소리 난다.
특
집
[특집] 국어 발음의 규범과 현실 41
3.3. 억양과 음운 변동
한국어 학습자들의 발음이 자연스럽지 않다거나 어색한 것은 모음과
자음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억양이 한국어
화자와 다르거나 음운 변동 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어의 억양은 문장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진다. 서술문이나 감탄
문은 문장의 끝을 내리고 의문문은 문장의 끝을 올린다. 그러나 한국어
학습자들 중에는 문장의 끝을 올리고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어절마다
억양을 올려서 발음하기 때문에 어색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를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와 같이 한 어
절이 끝날 때마다 끝을 올려서 발음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와 같이 어절을 시작할 때 억양을 올려서 발음
함으로써 마치 어절 앞에 강세를 준 것처럼 발음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학습자 모국어의 영향인 경우가 많으며, 오류를 교정하기 위해
서는 한국어 억양의 특징을 설명하고 문장 단위로 연습을 시켜야 한다.
한국어 발음을 교육할 때 모음과 자음의 개별 발음을 정확하게 인지
하고 발음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외에도 특정한 환경에서 발음이 변
하는 규칙을 제시하고 이를 지켜서 발음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쓰는 대
로 발음하지 않고 다른 소리로 바꿔서 발음해야 한다는 것은 한국어 학
습자들에게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 규칙을 지켜서 발음
할 때 유창한 한국어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먹었어요’를 [머거써요]로 발
음하지 않고 [먹껃써요]나 [먹걷어요]와 같이 발음한다거나 ‘할일’을 [할
릴]로 발음하지 않고 [하릴]로 발음한다면 듣기에 어색할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에도 비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학습자들에게 한국어의 음
운 변동 규칙을 모두 외우도록 지도하기는 어려우며 말하기나 읽기 시
간에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한국어를 가르치
42 새국어생활 제25권 제1호(2015년 봄)
는 교사는 어떤 환경에서 특정 모음이나 자음이 다른 발음으로 변하는
지에 대한 음운 변동 규칙을 학습자에게 명시적으로 설명해야 하며 학
습자들에게 유용한 단어나 문장의 예를 제시해야 한다. <표준 발음법>
의 ‘제5장 음의 동화, 제6장 경음화, 제7장 음의 첨가’ 부분은 한국어 음운
변동 규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이를 참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발음 교육을 위한 제안
한국어 학습자들이 한국어 모음과 자음을 잘못 발음하는 것은 학습
자 모국어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어 모음과 자음 자체의 분화
조건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어머
니’를 [오모니]와 같이 발음하는 학습자가 ‘오늘’을 발음할 때는 [어늘]에
가깝게 발음한다. 이는 학습자가 ‘ㅏ’와 ‘ㅓ’를 발음하지 못하는 것이 아
니라 언제 입술을 평평하게 해서 발음해야 하고 언제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려서 발음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신문’을 [심문]이라
고 발음하는 학습자가 ‘강남’을 [간남]처럼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
한 학습자도 혀끝을 윗잇몸에 붙여서 발음해야 하는 ‘ㄴ’과 두 입술을
붙여서 발음해야 하는 ‘ㅁ’을 발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언제 그러한
조건을 지켜서 발음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어 학습자의 발음 오류는 대개 학습자가 특정 모음과 자음
을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각 모음과 자음을 발음하기 위해 어
떤 조건을 지켜야 하는지 명시적으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어 교사가 한국어 발음에 대한 전문
특
집
[특집] 국어 발음의 규범과 현실 43
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학습자의 오류를 예측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도
록 하는 것이다. 한국어 모음과 자음의 체계 안에서 어느 모음과 어느
자음이 쉽게 혼동될 수 있는지 예측하고 교육한다면 학습자의 발음 오
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운영되는 교육 과정에는 학습자들의 발음 교
육 내용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교사가 학습자의 발음
오류를 인지하더라도 이를 교육할 기회가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서는 발음 교육을 위한 내용을 교재에 실어 교사가 발음 교
육 자료로 활용하게 하거나 학습자의 발음 오류를 찾고 이를 교정할 수
있는 특화된 수업을 구성해야 한다.
발음은 학습 초기에 습관화되고 화석화되므로 한국어 학습 초급 단
계에서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개별 모음과 자음의 차이를 인지하여 이
를 발음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나아가 음운 변동이나 억양에서 생기는
오류를 교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어 발음은 말하기를 비롯한 모든 의사소통 기능에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발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정확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교사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44 새국어생활 제25권 제1호(2015년 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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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편(2007), ≪연세한국어읽기1≫, 연세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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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영(2008), 한국어 학습자의 발음 문제와 교수 방법, ≪문법연구≫ 8, 한국문
법교육학회, 249∼276.
허용 · 김선정(2006),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발음교육론≫, 박이정.
허웅(1985), ≪국어 음운학 - 우리말 소리의 오늘·어제 -≫, 샘문화사.
국립국어원 표준 발음법 http://www.korean.go.kr<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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