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피로하다. 보양식을 먹어도, 잠을 자도, 마사지를 받아도 여전히 피곤하다.
만성피로에서 벗어나 내 삶에 활력을 되찾아줄 방법에 대해.
우리는 늘 피로하다. 문제는 이것이 어느 순간부터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젠 주말 내내 쉬어도 피로하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내분비내과 윤지완 교수는 만성피로와 만성피로증후군은 구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6개월 이상 피로감이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피로’라 한다. 만성피로의 2/3 정도는 내과적 질환이나 정신과적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만성피로증후군’은 만성적인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 질환에 의한 것이나 현재 힘든 상황 때문에 생긴 피로가 아닌데, 6개월 이상 지속적, 혹은 반복적으로 피곤하고 휴식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며, 직업, 교육, 사회, 개인 활동이 실질적으로 감소한다. 그리고 피로 이외에 ‘기억력 혹은 집중력 장애’ ‘인후통’ ‘경부 혹은 액와부 림프선 압통’ ‘근육통’ ‘다발성 관절통’ ‘두통’ ‘잠을 자도 상쾌한 느낌이 없음’ ‘운동이나 힘든 일을 하고 난 후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심한 권태감’ 중 4가지 이상이 동시에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당신은 만성피로증후군이다.
왜 늘 피로할까?
만성피로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보통 만성피로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가 쌓여 면역력이 저하되고, 유해 독성 성분의 침착과 필수영양소(특히 미네랄, 비타민)가 결핍돼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하연 한의원 황은영 원장은 말했다. 즉, 답은 너무도 뻔하다. 과중한 업무를 줄이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여가 시간을 만끽하고, 푹 자고,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은데 어쩌랴. 회사는 매일 야근이고, 여기저기 스트레스 받을 일은 많고, 어쩌다 쉬는 휴일에 하루 종일 자고 나면 이상하게 더 피곤하다. 현재의 생활 속에서 만성피로에 빠지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운동만이 살길이다
윤지완 교수는 질병이나 복용하는 약물 등 특별한 원인이 없는 피로라면 무엇보다 운동을 시작해보라고 권했다. “초기에는 피로감이 좀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운동 시간과 강도를 조금씩 늘려가는 방법으로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만성피로 증상을 호전시켜줄 수 있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포함한 유산소 운동이 유연성 운동보다는 더 효과적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인 사람들은 이미 체력이 매우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하루 5~15분 정도로 시작해 상태에 따라 매주 1~2분씩 운동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 최대 30분이 될 때까지 운동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운동 강도가 높을 필요는 없다. 초기에는 심박수가 1분에 100회가 넘지 않도록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해 점차 강도를 높이고, 피로가 더 심해지면 피로 증상이 줄어들 때까지 그 이전 단계로 돌아간다. 이렇게 최소 12주 이상 운동을 지속할 것을 권한다.”
물리치료사이자 자이요가 시니어 트레이너 신정임도 이 정도 운동을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포 내 산소량이 적어지면 우린 피로하다고 느낀다. 이는 우리가 ‘헉헉’ 숨을 몰아쉴 만큼 움직였을 때 개선이 가능하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5층만 걸어 올라가도 ‘헉헉’ 숨을 몰아쉬게 되고, 이것이 깊게 숨을 내쉬는 것에 도움이 된다.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 점심시간 산책, 집, 사무실에서의 간단한 운동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하루 종일 고정된 자세로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고관절, 무릎관절, 어깨관절 등 거의 모든 마디가 굽은 상태로, 이 부위에 모여 있는 림프선의 흐름이 정체돼 노폐물이 잘 흘러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위, 즉 서혜부(골반과 다리가 만나는 부위), 팔꿈치, 겨드랑이, 무릎 뒤 등을 쭉 펴고 늘리는 스트레칭은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근육, 특히 하체 근육을 키워 체력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근육량이 많아지면 내 몸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많아져 쉽게 피로하지 않다. 근육 운동을 하면 림프의 흐름도 좋아져 일석이조. 즉, 힘을 쓰는 근육 운동 후 관절과 근육을 길게 늘려주는 동작을 매일 반복하자. 예를 들어 투명 의자에 앉은 듯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10회 반복한 후 움직이지 않는 의자나 계단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 서혜부와 앞 허벅지를 길게 늘려준다. 의자에 앉아 한 손은 의자 아래로, 다른 한 손은 귀 옆으로 길게 뻗고, 의자 등받이를 잡고 트위스트, 책상 위에 두 손을 올리고 엉덩이를 빼 몸을 ‘ㄱ’자로 만들어 다리 뒤쪽을 늘려주는 동작을 10번씩 매일 하자. 체력이 늘면 횟수를 늘린다.
나이가 들수록 지방이 늘고 근육이 줄어든다. 우리는 스물다섯 살에서 일흔다섯 살이 되는 동안 약 33% 골격근을 잃는다. 이는 노화 현상이기도 하지만 절대적으로 움직임이 줄기 때문. 몸은 쓰지 않으면 약해진다. 하루에 10~20분 운동을 하면 그것만으로 심장 기능 약화도 예방할 수 있다. 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유효하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은 아흔 살 이상 남성 10명을 대상으로 8주간 근력 테스트를 했는데, 그 나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도 현저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운동을 시작하는 데 늦은 나이는 없다. 운동만이 살길이다.
두뇌 피로
스마트 기기들이 문제다. <스웨덴 사람들은 왜 피로하지 않을까>의 저자, 더 맑은내과 박민선 원장은 현대인은 40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 더 많은 정보에 노출돼 있으며, 뇌는 처리할 정보가 많아 혹사당한다고 강조했다. “업무를 보다, 메신저로 대화하고, 이메일을 보낸다. 뇌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에 약한데, 이렇게 뇌가 혹사당하면 코르티솔 분비가 많아지고 그로 인해 면역 기능이 감소한다. 최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대상포진으로 진료받는 사람이 많다는 건(원래는 노인성 질환) 스마트 기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집단인 것과 관계가 있다. 스마트폰 이용은 전두엽을 자극해 도파민이란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는 즐거운 기분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두뇌는 점점 더 이런 즉각적인 자극을 원하고, 그래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 놀라운 것은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오래 사용하면 마치 사고로 뇌 손상을 입었을 때와 비슷하게 인지 능력이 감소하고 기억력이 손실되며 집중하지 못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는 것. 스마트폰 중독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수면 장애와 만성피로도 흔히 발견된다”고 밝혔다. 두뇌 피로는 전신을 피로하게 한다. 스마트 기기 사용을 줄이고 두뇌를 쉬게 해주자.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산책으로 전신의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머리를 쓰는 일을 할 때는 사탕이나 과일 주스 같은 당분을 조금씩 자주 섭취한다. 창문을 열어 심호흡을 하며, 호흡을 통한 명상 등으로 뇌세포에 휴식과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좋다.
수면 피로
제대로 못 자면 당연히 피곤하다. 그래서 대부분 쉬는 날엔 잠이라도 푹 자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렇게 몰아서 잠을 자는 습관이 오히려 월요일 아침을 더 피곤하게 만든다는 사실. 미국 텍사스 대학 사우스웨스턴 의학연구팀의 그레고리 카터 박사는 “뇌는 피곤함을 느낄 때 평소보다 더 효율적으로 휴식을 취하는데, 갑자기 몰아서 자면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몸이 적응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황은영 원장도 동의했다. “주중에는 피곤해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버티다가 주말에 긴장도가 떨어지면서 쉬어도 더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하루 이틀 많이 잔 걸로 만성 수면 부족을 채우려는 건 그야말로 욕심이다. 보통 사람마다 할당된 수면 시간이 있는데(7~8시간) 그걸 채우지 못하면 수면 빚이 생긴다. 가령 주중 하루에 2~3시간씩 적게 잤다면 15시간의 수면 빚이 생기고, 아무리 하루 이틀 몰아 자도 이 시간을 채워 잘 수는 없다. 그러면 생체리듬은 깨지고 수면 빚은 남아 더 피로하다. 일시적으로 몰아서 자려고 하지 말고 하루에 1~2시간 수면 시간을 늘려서 일정한 리듬으로 내 몸의 수면 빚을 갚아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카터 박사 또한 “수면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일어나는 시간을 늦추기보다는 취침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마음 피로
“흔히 스트레스가 피로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우리 몸에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기 때문. 활성산소는 자동차 배기가스 같은 물질로 농도가 높으면 세포를 피로하게 하고, 세포 유전자를 손상시키며, 혈액을 탁하게 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박민선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마음의 방법이 큰 차이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한국 사람들은 의견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까지 다쳐 스트레스가 더 커진다. 그러나 스웨덴 사람들은 대부분 의견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를 그 이상 확대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적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치는 문제가 아니라 해결 가능한 문제에 불과하다.” 또 부정적인 생각은 대뇌에서 스트레스와 동일하게 반응하며 통증도 악화시킨다. 혈압과 혈당을 올리고 혈관을 수축시키며 그 결과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의사를 오래하다 보면 알 수 있다. CT나 각종 검사 결과만으론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걸. 내과 질환의 70%는 마음에서 오는 병이다.
내 피로는 병인가?
황은영 원장은 “내 상태가 단순한 피로인지 질병으로 인한 증상인지 일반인이 판단하는 건 어렵다”고 조언했다. “본인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면 ‘좋아지겠지’라고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1차 진료를 받기 위해 오는 이들 중 100명 중 두세 명은 만성피로증후군. 이들의 검사 결과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그렇다고 이들이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피로는 앞으로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르 클리닉 김혜정 실장은 최근에는 질병뿐이 아닌, 신체 대사에 관련한 검사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혈액 검사(대표적으로 간 기능, 염증, 갑상선 기능 등), 타액 호르몬 검사(부신 기능을 검사하여 장기적인 탈진 상태와 만성피로도 등을 검사), 유기산 검사(미세 영양 결핍 상태, 독성 물질 상태, 장내세균과 증식, 신경 내분비 활성 상태 등 검사), 활성산소 검사(산화적 스트레스와 항산화력을 동시에 측정), 모발 검사(각종 중금속과 영양 미네랄 성분 분석), 음식 알레르기 검사(음식물이 인체의 면역계를 자극하여 생성된 항체에 의한 과민 반응 여부 검사) 등은 피로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피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 박민선 원장은 식이요법, 생활 습관 개선, 약물 치료 등과 함께 킬레이션 치료와 혈액 정화 치료를 추천했다. “킬레이션 치료는 혈관을 청소한다. 합성 아미노산인 EDTA와 비타민, 미네랄을 정맥으로 주사하는 치료법으로 체내 축적된 중금속을 체외로 배출시키고 활성산소를 분해,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또 혈액 정화 치료는 혈액 속 노화 물질을 제거해 맑고 깨끗한 혈액을 공급하는 치료. 혈액 정화 기계가 혈액을 1분에 50~80ml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빼고, 노폐물을 걸러낸 후 다시 혈관 속으로 보내주는 순환 시스템이다. 동맥경화증을 완화시키고 혈관성 치매의 발생을 줄이며 집중력과 운동 능력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관상동맥 질환, 노인성 망막 질환(노인성 망막 질환으로 운전 면허가 취소된 환자군에서 1년간 시술 후 57%가 운전면허를 재발급받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됐다), 말초 동맥 폐쇄증 등 다양한 질환에도 치료 효과가 알려져 있다.
나이대별 피곤하지 않은 몸 만들기 BY 박민선
20~30 제대로 먹고 더 움직일 것 ‘젊을 때는 돌도 소화시킨다’는 건 다 옛이야기다. 지금의 20~30대의 식단은 극단적이다. 피자, 치킨, 튀김 등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고 육체 활동은 적어 에너지가 과잉돼 있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열량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으로 근육과 체지방이 정상 이하로 감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고 육체 활동을 늘려야 한다.
30~40 대사증후군을 부르는 잘못된 습관들을 개선할 것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로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지고 체내 대사율도 떨어진다. 그리고 잘못된 생활습관이 대사증후군을 부른다.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한 끼 쯤은 현미와 콩이 들어간 잡곡밥 2/3공기 정도가 좋다.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두부, 생선, 고기, 달걀흰자를 챙겨 먹는다. 양념이 진한 음식, 기름진 음식을 자제하고 국물을 적게 먹는다. 맨손체조, 대중교통 이용 등 생활 속 운동으로 육체 활동량을 늘린다.
50~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을 것 갱년기 증상이 시작되고 활성산소 배출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더불어 성장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근육량이 감소하고 복부비만이 증가한다. 피로하고 우울증과 수면 장애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성장호르몬 치료, 비타민 D 보충 치료가 도움이 된다. 또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4배 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데, 특히 동물성 단백질을 적당히 섭취할 것. 필수아미노산이 더 많이 들어 있고 음식물 섭취 후 체내 흡수율과 에너지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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